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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ings

무지카 비바 22

리게티 죄르지: 관현악을 위한 <론타노> (1967)
트리스탕 뮈라유: <세계의 탈주술화>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교향적 협주곡 (2012)
조지 벤저민: 관현악을 위한 <복기지들> (2002)

피아노: 피에르로랑 에마르 (2)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지휘: 조지 벤저민

NEOS 11422

<론타노>는 리게티의 유명한 60년대 작품으로, 무수히 많은 반음들이 모여 소리 덩어리를 만드는, 이른바 '마이크로폴리포니' 기법으로 만들어진 관현악곡. 다른 대표작 <대기>처럼 완전히 정적인, 빽빽한 잿빛 음향은 아니고, 개별 악기군들이 조금 더 투명하게 들린다. 녹음이 많은 작품임을 감안할 때, 연주는 기대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준. 절묘한 균형과 입체감이 돋보이는 섬세한 점층법의 강약 조절과 일렁이는 파도처럼 들썩이는 현의 움직임이 일품이었다.

뮈라유의 피아노 협주곡은 프랑수아프레데리크 기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013년 협연하여 한국의 청중들도 알 법하다. 그때는 무슨 영문인지 별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는데, 내 귀가 그만큼 트이지 않았던 탓인 듯. 그의 음악의 핵심은 프랑스 정통적인, 화사하고 별세계적인 화음과 그것의 동세일 것이다. 이 협주곡은 그런 특징을 간직하면서도, 음향에 천착하여 배음렬을 분석하던 기법 중심의 과거에서 벗어나 있다. 작곡가의 확장된 음악 세계에서는 리스트와 메시앙 등 선배들의 영향이 드러남을 알 수 있었다. 화려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한 화성의 색채와 함께 소용돌이치는 감정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웅장한 형식미까지 갖춘 여러모로 수작으로, 에마르와 바이에른의 빛나는 연주 또한 이 음반의 중심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벤저민의 <복기지들>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괜찮은데, 앞선 두 작품들과의 공통분모를 찾기는 어려웠다. 사실 작곡가로서의 벤저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나중에 귀가 트이고 다시 감상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