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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s/Opera

진은숙: Chorós Chordón

디지털 콘서트 홀.

진은숙: 관현악을 위한 Chorós Chordón (2017)

베를리너 필하모니커
지휘: 사이먼 래틀 경

2017년 11월 3일, 베를리너 필하모니 (초연)
2017년 11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따로 글을 남기거나 한 건 아니지만 베를린 필 내한공연 둘째 날에는 갔다. 특히 <페트루슈카>와 이 작품을 연주했던 전반부가 굉장히 훌륭했던 기억. 살짝 차가우면서도 윤기 있는, 귀가 얼얼할 정도로 응집된 힘의, 홀을 가득 메우는 소리, 명불허전이었다.

개별 악기들, 특히 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현악기들이 마치 입자처럼 다루어지고, 그 입자들이 충돌하고 모여 무언가가 형성되었다가 다시 흐트러지는 모양이 그려진다. 그런 입자 같은 질감이나, 거의 무작위적인 악상들이 미리 짜여진 흐름의 통제 하에 움직이는 양상은 다분히 크세나키스적이다. 10분 남짓의 짧은 길이 안에 하나의 서사를 담고, 그 다음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작곡가로서의 진은숙이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연대기적으로 따라가 보면, 그의 변화와 발전은 동시대 작곡가들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흥미롭다고 느껴진다. 앞으로도 그의 행보를 기대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