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ncerts/Opera

디오티마 사중주단(통영)

카롤 시마노프스키: 현악사중주곡 제2번 (1927)
제라르 페송: 현악사중주곡 제3번 <파라고> (2013)
프란츠 슈베르트: 현악사중주곡 제15번 사장조 D. 887 (1826)

디오티마 사중주단

2018년 6월 22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통영까지, 그리고 또 음악당까지 반나절이 꼬박 걸려서 도착. 간단한 식사까지 마친 후 주변 바다 구경을 조금 했다. 그리고 첫 곡 시마노프스키의 연주가 시작되자 눈물이 절로 주르륵 흘렀다. 그만큼 첫 악장에서 디오티마가 들려준 음향은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모든 부분이 정확하게 계산된 합주의 밸런스는 기가 막히게 정묘했고, 여린 소리에서도 음악을 꿰뚫는 여유와 힘이 느껴졌다. 물론 그런 엄청난 감동은 아주 오래 유지되지는 않았다. 특히 갈수록 격렬해져야 하는 마지막 악장은 처음만큼 빛나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어쨌든 전체 연주는 아주 준수했다.

페송의 음악은 음반이나 라디오 방송으로 몇 번 접해봤지만, 그렇다고 내게 그리 익숙한 작곡가는 아니다. 프로그램 노트를 읽어보고 나서 들으니, 끊임없이 앞에 제시된 요소들이 서로 섞이고 순환하는 구조, 이런 것들을 대략적으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주의를 끄는 화려한 효과가 있다거나 하는 작품은 아니었고, 대신 은근히 제시되는 음악적 주제들과 그들의 조합이 어렴풋이 드러나고 또 사라지며 불안정하게 변형되고, 이음새가 없는 듯 조금씩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과정에서 작곡가의 치밀함이 엿보였다. 작품 세부를 낱낱이 파헤치는 초고해상도 사운드는 역시 대단했다.

마지막 슈베르트의 작품은 너무 대곡이고 생소한 작품이기도 해서, 지금 이에 대해서 말하는 건 무리일 듯. 무난하게 들었는데, 살짝 차가운 분위기가 깔린 감이 있었다.

페송과 슈베르트 작품 도중에 같은 관객의 휴대전화가 울리는 바람에 흐름이 잠깐씩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