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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s/Opera

2018 일신 프리즘 콘서트 시리즈 5: 앙상블 O.N

올가 노이비르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Quasare / Pulsare (1995/96), 한국 초연
엠마누엘 누네스: 플루트 독주를 위한 Aura (1983/89), 한국 초연
기욤 코네송: 플루트,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Techno Parade (2002)
베아트 푸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Lied (1993)
호세 마리아 산체스베르두: 피아노를 위한 Estudio No. 2 (2007), 한국 초연
박명훈: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피아노를 위한 Funke (2018), 세계 초연

Spotify 재생목록 (1–5)

앙상블 O.N

피아노: 윤혜성
바이올린: 박신혜
플루트: 마쓰자키 유리
클라리넷: 조기자

2018년 7월 20일, 일신홀

짧은 실내악곡들로 이뤄진 프로그램으로, 여섯 작품들의 길이를 다 합치면 50분 정도 된다.

노이비르트의 작품은 프리페어드 피아노의 현을 EBow로 켜는 긴 지속음에서 시작되었다. 악곡 전체에 걸쳐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대등하게 대립시키고자 하는 작곡가의 의도가 제대로 드러났고, 여린 지속음과 거세게 파도치는 부분 사이의 아슬한 긴장감도 뛰어났다. 연주도 별로 나무랄 데 없었다.

누네스의 Aura는 16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쉼없이 이어져야 하는, 연주자에게 (또한 청자에게도) 마치 거대한 산을 넘는 것과 같은 도전을 제시하는 플루트 독주곡이다. 연주자는 각종 확장 주법들로 꽉 차있는 스코어를 약간 거친 느낌으로 접근하여, 폭넓은 다이나믹을 마음껏 펼쳐보이며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목소리와 악기를 중첩시켜야 하는 부분에서 조화로움이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실황에서 그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었다는 데는 경의를 표해야 할 듯하다.

코네송의 Techno Parade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테크노 장르를 응용한 소품으로, 이날 연주된 여섯 곡 중에서는 가장 덜 진지한 곡이다. 이전에 대중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진 좋은 작품들도 들어보았는데, 다른 변형 없이 그대로 옮겨 놓는 방법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작품의 진행이나 등장하는 멜로디는 예뻤지만, 악기의 한계 때문인지 반복되는 비트는 지루해지기 쉬웠고, 청자들을 트랜스로 이끄는 데도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푸러의 Lied는 패턴의 반복과 느닷없는 작은 변화들이 점점 쌓여가는 점에서 펠드만의 영향이 짙게 느껴져, 음향들이 다채롭게 폭발하는 그의 이후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아주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을 요구하는 작품이기에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연주의 집중력이 따라주지 못하여 온전히 구현되지 못한 인상이었다.

산체스베르두의 연습곡은 피아노의 초고음과 초저음의 울림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는 앞부분과, 게레로의 작품에서 따온 주제가 등장하는 뒷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다. 워낙 짧기도 하고 별 감흥 없는 곡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할 말은 없다.

박명훈의 작품에서는 관악기의 선명한 악기 소리와 대조되는 쉭쉭거리는 바람소리가 중요한 테마로 등장하는데, 뚜렷한 형체를 가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 사이의 어딘가로 해석 가능해 보인다. 8분 남짓 되는 짧은 길이에서 꽤나 독창적인 내용을 들려주어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