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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s/Opera

2018 일신 프리즘 콘서트 시리즈 6: 정민정 피아노 독주회

헬무트 라헨만

<프란츠 슈베르트의 주제에 의한 다섯 변주곡들> (1956)
<구에로> (1969/88)
<어린이 놀이> (1980)
<세리나데> (1997–98), 한국 초연

피아노: 정민정

2018년 8월 20일, 일신홀

라헨만의 <세리나데>에 관한 연주자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의 구성이 그대로 반영된 독주회. 각 곡들을 연주하기 전에 작품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연주자가 직접 간단한 해설을 덧붙이는 시간을 가졌다. 재밌는 정보들이 많아 지루하지 않았고, 감상의 집중을 돕는 안내가 되는 친절한 해설이었다.

<세리나데>를 중심으로 이 연주회의 프로그램의 전반 세 곡을 큰 서론이라고 한다면, <다섯 변주곡들>은 그 안에서의 작은 도입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곡가의 본격적인 작품세계가 아직은 뚜렷이 갖추어지기 전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슈베르트의 주제를 바탕으로 한 곡이다보니 그리 난해하지 않으면서 흥미를 끌기에 적합한 곡이었다.

<구에로>에서는 '귀로'라는 타악기를 모방하기 위해 피아노라는 흔한 악기를 가장 생경한 방식으로 연주하게 되며, 일상적인 방식으로 눌리는 음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음량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마이크를 악기 아주 가까이에 설치해 놓았는데, 연주 중 불가피하게 몸이 닿으면서 잡음이 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마지막 이 연주회의 주인공인 <세리나데>. 연주자가 그려내는 칼로 베일 듯 또렷한 음향과 그 자취를 짚어가다 보니, 약 30분의 연주 시간이 단 10분처럼 훌쩍 지나가버렸다. 작품의 가히 엄청난 정보량에 압도되면서, 연주자의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어 굉장히 감명 깊은 시간이었다.

아방가르드 음악의 정체성으로서 일상적인 음악의 연주와 감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는, 라헨만이 연주자와 청자에게 요구하는 음악적 맥락의 특수성을 고스란히 보여준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