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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s/Opera

2017년 아르스 노바 III: 관현악 콘서트

알반 베르크: 세 개의 관현악곡, Op. 6 (1915)
구스타프 말러: 장송곡 (1888/1894)
한스 아브라함센: 관현악을 위한 네 곡의 소품 (2004)
안데르스 힐보리: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2016)

비비아네 하그너, 바이올린 (4)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티에리 피셔

2017년 11월 3일, 롯데콘서트홀

진은숙 대타로 나온 음악학자 이희경의 pre-concert lecture는 대학 강의처럼 여러 정보들로 꽉꽉 채워져 있어서 집중해서 들으면 이해와 감상에 상당히 도움이 될 만했다. 반면 말을 재미있게 하는 재주는 좀 없다는 느낌. 진은숙이라면 청중들이 지루할 까봐 생략할 것들도 빼먹지 않더라.

말러와 베르크 연주는 정말 좋지 않았다. 처음 연주한 베르크는 연습 안 했나, 싶을 정도. 말러는 그보다는 낫긴 했지만 나쁜 쪽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그리고 재미도 없는 연주였다.

아브라함센은 그냥 그랬다. 활기찬 두 곡을 느릿한 두 곡이 감싸는 구성. 그래도 마지막 두 곡들은 기억에 남을 만했다. 여전히 연주도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생기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세번째 곡에서도, 양극단을 오가야 하는 마지막 곡에서도 한계를 노출했다.

힐보리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은 처음 유튜브 음원으로 들었을때는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들으니까 효과도 좋고 특이한 점도 많은 작품이다. 특히 글리산도 덩어리들로 시작하는 도입부와, 점점 상승할 듯 말 듯한 반투명한 빛깔의 화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간 부분을 언급하고 싶다. 그 중간 부분은 좀 너무 길어서 지루할 찰나에 부드러움과 격렬함을 물 흐르듯 이어가는 구성도 괜찮았다. 비슷한 작품이 어딘가 있을 듯한, 하지만 막상 찾으려 하면 없는 그런 느낌이라 하겠다. 연주는 독주자의 열연이 가장 돋보였고, 여러 군데 약점을 드러낸 관현악도 앞의 연주들에 비하면 선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