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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s/Opera

시간의 종말을 위하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클라리넷,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케겔슈타트> 삼중주곡, K. 498 (1786)
로베르트 슈만: 클라리넷,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옛 이야기>, Op. 113 (1851)
올리비에 메시앙: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곡> (1941)

오스모 밴스캐, 클라리넷
웨인 린, 바이올린
강윤지, 비올라
주연선, 첼로
김선욱, 피아노

2017년 12월 2일, LG아트센터

모차르트, 슈만 작품들은 잘 모르고 별 관심도 없어서 언급하지 않기로. 밴스캐의 클라리넷은 이때부터 조금씩 실수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메시앙 작품을 실연으로 들은지 굉장히 오래된 것 같은데 이 실내악곡은 접근성이 높아서 자주 올라오는 편이다. 하지만 표현하기가 생각보다 굉장히 까다로운 곡이기도 하다. 이 공연이 그걸 더 절실하게 느낀 계기가 됐다.

단원들은 비교적 무난하게 잘해준 반면, 객원들은 문제가 조금 있어보였다. 특히 밴스캐의 클라리넷은 정말 실수가 많아서, 1부의 불길했던 예감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가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해준 패시지—특히 약음의 표현이 탁월했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작품을 조망하는 흐름보다는 걸음걸음 외줄타기하는 듯한 아슬아슬함이 느껴졌다. 실수는 그러려니 넘어가더라도 긴 여운을 남겨야 하는 부분들에서 짧은 호흡으로 뚝뚝 끊어져버리는 바람에 내 감흥도 그에 따라 뚝뚝 끊겨버려서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김선욱의 피아노는 다이나믹이 충분히 여리지 못할 때가 잦았다. 현악기를 반주하는 5악장과 8악장에서 피아니시모로 상승해야 하는데, 두 악기가 함께하지 못했다고 할까.

이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6악장의 핵심인 리듬을 정말 뻣뻣하게 처리해서 썩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제목대로라면 온갖 복잡한 리듬이 들썩이는 광란의 춤곡이 되어야 하는데 춤은커녕 끌려가는 모양새였다. 3악장보다도 이 악장이 가장 실망했던 악장.

너무 깐 것 같긴 한데 전반적으로는 그럭저럭인 연주였다. 무지갯빛 색채감이 넘치는 2악장과 7악장의 연주는 꽤 괜찮았고 짜릿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여튼 오랜만에 메시앙을 실연으로 들은 것에 의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