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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ings

진은숙 협주곡집

이전 서울시향 음반들에는 그다지 관심 없었기에, 농담처럼 "진은숙 내면 산다"고 말했었다. 물론 그것은 진은숙을 언젠가는 녹음할 것이라는 짐작에서 나온 말이었고. 조금 늦은 감이 없잖지만, 결국 이번주에 출반되어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이 많은 고전음악 애호가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만, 표지는 =_= 실망. 이제 이런 디자인 DG에서 안 나오지 않나? 표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 해도, 아무튼 21세기 작곡가의 음악과는 어울리지 않으니.

처음과 가운데 자리잡은 피아노와 첼로 협주곡은 4악장 구조의 비교적 '전통적' 형식을 따른다고 할 수 있는 협주곡들이다. 그에 비해 생황과 관현악을 위한 Šu는 단악장이기도 하거니와 독주 악기가 오케스트라와 별개의 단위로 취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 다르다.

이 음반으로 처음 접한 피아노 협주곡은 상당히 달콤하고 부드럽다. 꿈결 같거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곡 전체를 메우고 있고, 심지어 메시앙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는 것이 놀랍더라. 김선욱의 음색도 적절하게 들린다. 이분 현대음악도 하시나?

첼로 협주곡은 익숙한 곡이라서 생략.

미묘한 음색의 변화에서 오는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노는 건 이미 다른 많은 작곡가들이 해놔서 더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생황 협주곡은 그런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 그런 의미에서는 썩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곡인데, 실황으로 들을 때보다 더 다이내믹스가 살아있는 점은 좋았다. 아마 당시 연주 도중 꽤나 잡음이 많아서 다시 녹음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음질은 이전 서울시향 음반들의 악평을 감안하면 무난. 전체적인 균형은 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은데, 아쉽다면 다소 clarity가 떨어지는 듯. 특히 피아노 협주곡에서 이것이 거슬릴 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