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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s/Opera

최명훈 작곡 리사이틀

베이스 플룻, 베이스 클라리넷, 첼로를 위한 "인연 I" (2014)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인연 II" (2014)
알토 플루트/베이스 플루트, 클라리넷/베이스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Satya III "Nirodha" (2012)
첼로 독주자를 위한 즉흥적 환상 "독도, 너울일레라" (2013)
플루트/알토 플루트, 베이스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Satya IV "Märga" (2014)

Ensemble Phorminx
Angelika Bender 플루트/알토 플루트/베이스 플루트
Thomas Löffler 클라리넷/베이스 클라리넷
Alwyn Thomas Westbrooke 바이올린
Wolfgang Lessing 첼로
Markus Stange 피아노
지휘: 김지환 (5)

2014년 6월 29일, 문호아트홀

한국 작곡가들 연주회는 항상 지뢰를 밟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철저한 외부인의 입장이 되어 자기들끼리 친목질하는 분위기에 끼는 것도 달갑지 않으나, 그만큼 또 도박 같은 재미가 있기 때문에. 덤으로 입장료도 무료거나 싸니까. 별 기대 없이 갔는데 의외의 수확을 이뤘던 공연이라서 리뷰 작성.

연주하기 전에 작곡가가 하나씩 곡을 해설 비슷하게 했는데 몇 마디를 빼고는 프로그램 노트와 유사했다. 안타깝게도 곡을 듣고 난 후 그의 설명은 대부분 그다지 와닿지 않았지만... "인연 I"에선 저음 악기들만을 사용하여 흥미로운 질감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첼로가 주로 나머지를 받쳐주는 역할을 했고, 관악기들의 특수 주법이 더 두드러졌다고 느낌. 전체적인 정서는 유머러스함이 아닐까 싶었다. 처음 연주된 곡이고, 적절한 반복도 있어서 곡 내내 집중도가 높았음.

"인연 II"도 만만찮게 진지하게 쓰여졌고, 멋진 부분도 있었으나 여러 가지 화려한 주법과 기교로 이루어진 패시지들이 음악적 감흥을 주는 구성으로 발전했다기보다는, 두 악기의 어긋남에만 그쳤다고 느껴졌다. 연주자의 캐릭터와 주어진 파트의 연상작용(연주 전 작곡가 해설에서 대충 옮김, 정확하지 않음)이 가장 수월했던 작품임.

Sayta IIIIV는 당연히 연작의 일부. 제목은 산스크리트어로 네 가지 진리를 말한다고 하는데, 난 불교 철학 같은 데는 관심이 없어서, 프로그램 노트를 읽어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안 들어오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음... 그래서 아까 두 작품과 비교하자면 "인연 II"보다는 "인연 I"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 같음. 유럽 현대음악의 언어에 선율을 얹고도 베르크 같은 진부함을 피해가면서, 동양적인 느낌도 담은 것은 훌륭하다고 생각. 스타일의 개성은 충분했고 꽤 설득력도 있었지만, 등장하는 멜로디의 매력이 약간 떨어질 때도 있긴 했음.

"독도, 너울..."은 유일하게 완전히 실망스러웠던 작품. 대충 15-20분 정도 연주된 듯한데 지루해서 견디기 힘들었음. 이 작품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연주는 아주 훌륭했음. 한국에서 들을 수 있는 현대음악 연주로는 최상급. 역시 연주자는 외산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