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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s/Opera

앙상블 에클라 2014 정기연주회

귀찮다.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로, 후다닥 써야지.

정현수: 바이올린,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나는 너다> (2014)
유범석: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마포나루> (2010)
장-뤽 다르벨레이: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를 위한 <남강> (2013)
니콜라이 카푸스틴: 11개의 악기를 위한 협주곡, Op. 90

앙상블 에클라
지휘: 김진수

2014년 7월 2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원래는 게오르크 카처의 작품이 마지막에 연주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가보니 바뀌었더라. 왜 그랬는지는 짐작밖에 할 수 없을 테고. 이런 식의 예고 없는 프로그램 변경이 반가울 리 없다. 어울리지 않는 작품을 급히 끼워넣어서 이 공연의 주제가 흐려지게 되었다는 것이 첫째 이유고, 그렇다고 대단히 연주를 잘 한 것도 아니라는 게 둘째.

정현수의 작품은 짜임새를 비롯한 여러 면이 사실은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오늘 연주된 작품 사이에서는 그나마 돋보이는 점이 있었다. 악장 수를 세어 가면서 들었는데, 그 중 특히 4악장은 펠드만과 같은 패턴과 전개를 짧은 악장 안에서 보여준 것이 신선했고 듣기에도 좋았다. 종악장의 코다(라고 해도 될까?)는 클라리넷의 크레센도와 바이올린의 글리산도, 피아노의 타악기적인 쓰임의 결합이 어딘가 들어본 듯하긴 해도 효과는 꽤 좋아서, 나름대로 청량감 있는 마무리가 된 것 같다. 아쉽게도 전체적으로 좋게 못 들었던 이유는 각 악장의 퀄리티가 갈수록 떨어졌고, 에피소드의 나열 수준에만 머물러서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주는 무언가를 떠올릴 수 없었다는 것. 내 기준에는 동시대적인 새로움도 많이 부족. 다음에 연주된 두 작품에 비하랴만.

유범석 작품은 팝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해도 될 것 같음. 지난 2월 작곡마당에 갔을 때 들었던 곡들보다 기술만 조금 더 좋은, 그런 작품임. 그리고 진부한 선율에 미니멀리즘을 조금 양념해서 쓴 처음 두 악장이랑 버르토크 풍의 3악장은 별로 어울리지도 않았음. 이 작품에 대해서는 더 말하기도 지치는 것 같다.

인터미션 후에 다르벨레이의 작품이 연주. 전에도 이름 몇 번 들어본 작곡가라서 어느 정도 기대했는데 그냥 윤이상의 열화판을 들고 올 줄이야. 이런 작품은 전혀 생각에 없었고, 그 음악이 즐길 만한 것도 아니라서 아주 실망했음. 강의 거대한 흐름을 느린 음의 떨림으로만 표현할 이유가 없지 않나. 현대음악 작곡가의 21세기 작품이라기에는 너무 게으름.

카푸스틴은 할 말이 없어 생략. 이걸 들으러 간 게 아니었던 데다, 전 곡들이 실망스러워서 정신줄을 살짝 놓아버린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