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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s/Opera

제3회 서울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 첫 연주회

엠마뉘엘 세주르네: 라이터 네 개를 위한 <불 있어요?> Vous avez du feu ?
제레미 스미스: 5-7-9
에크하르트 코페츠키: 독주 마림바와 타악 사중주를 위한 Night of Moon Dances
존 케이지/루 해리슨: <이중 음악>
김현민: 타악 사중주를 위한 스케르초, 초연
이아니스 크세나키스: 6명의 타악기 연주자를 위한 《플레이아데스》 중 <가죽들> Peaux

서울 타악기 앙상블
자세한 크레딧은 생략함

2014년 7월 22일, 크누아홀

라이터로 복잡한 리듬을 연주하는 건 꽤 까다로운 일일 것 같다. 유튜브 비디오를 찾아보니 톱니바퀴가 달린 라이터를 연주하던데, 여기서는 연주의 편의 문제 때문인지 딸깍 소리가 나는 라이터를 쓰더라. 뭘 쓰든 무방하겠지만, 톱니를 긁는 소리 대신 '클릭' 소리는 피치카토처럼 미묘한 타이밍의 어긋남이 선명하게 들린다는 게 차이점. 라이터를 위한 '확장된 주법'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하는데, 나는 악기도 아닌 물건을 갖고 그렇게 다양한 소리가 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 중 한 가지로 짐작하는 라이터 소리와 불이 켜지는 타이밍의 딜레이는 꽤 재밌었다. 실수인지 의도인지 알 수 없어서 더 그랬다.

스미스의 5-7-9는 홀수 박자를 병렬적으로 늘어놓는 복잡한 리듬을 이용하는 작품. 유독 이 작품을 연주할 때 연주자들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서,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니 귀에 훨씬 더 잘 들어온다. 어려운 작품인건지, 연습이 제대로 안 되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음. 그 다음 연주된 코페츠키의 마림바와 타악 사중주를 위한 작품은 이미지는 꽤나 아름답고 근사하게 묘사했으나, 기대만큼 표현이 다양하지 못했다. 현대음악 작품답게 다양한 특수 주법들을 동원했는데, 그런 요소들이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다소 식상한 느낌을 주었다.

'이중 음악'은 지난번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자들로 얼마 전 들었던 작품인데, 여기서는 연주자 네 명이 둘러앉아서 연주를 하더라. 악기들이 작은 탓에 이색적인 악기들의 화려한 음색 팔레트가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는 생각. 그래도 편하게 잘 들었음. 김현민의 '스케르초'는 약간 '작곡가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고, 스케르초라기에는 유머나 번뜩이는 재치가 부족했다. 김현민과 크세나키스 사이에 비브라폰으로 즉흥 연주 비슷한 걸 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낭비였다. 뭘 하든간에 결국 음악이 좋으면 아무 상관 없는데, 아니니까. 다른 작품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굉장히 유치했다.

크세나키스로 귀 정화하면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