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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ings

이안노타: A Failed Entertainment

클라라 이안노타 Clara Iannotta

17명의 연주자를 위한 Intent on Resurrection — Spring or Some Such Thing (2014)
바이올린, 비올라와 악보 넘기는 사람 두 명을 위한 Limun (2011)
7명의 연주자를 위한 D’après (2012)
17명의 연주자를 위한 Àphones (2011)
현악 사중주를 위한 A Failed Entertainment (2013)
앙상블을 위한 Al di là del bianco (2009)
베이스 클라리넷, 첼로와 피아노 및 음악상자(오르골) 12개를 위한 The people here go mad. They blame the wind. (2013–2014)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지휘: 마티아스 핀처 (1)
멜리제 멜링어, 바이올린 · 바바라 마우어, 비올라 (2)
탈레아 앙상블 (3)
파리 국립 고등 콘서바토리 학생 오케스트라, 지휘: 티토 체케리니 (4)
디오티마 사중주단 (5)
앙상블 가라지 · 리처드 헤인스, 베이스 클라리넷 (6)
트리오 캐치 (7)

1983년생 신진 작곡가의 실내악/앙상블을 위한 작품집. 일곱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한 곡을 제외하고 둘씩 짝지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Intent on Resurrection…The people here go mad…는 오르골 12개를 한번에 조작하기 위한 장치가 쓰였다. D’aprèsÀphones는 비교적 선형적으로 전개되는 작품들이다. D’après에서는 잿빛의 울림을 가진 음향으로 시작, 진행되면서 점점 각 파트들이 선명해진다면, Àphones는 타악기 리듬이 무너져가는 반대의 흐름을 갖고 있다. 나머지 한 쌍은 현악기들을 위한 LimunA Failed Entertainment라고 해두겠다.

이안노타는 베를린과 보스턴을 오가며, 주로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에도 도이치 아방가르드 현음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각종 변태주법들과 이색적인 '악기'들—실크 천으로 감싼 하모니카 정도는 평범한 축에 속함— 그리고 연주자에게 요구되는 1인 2역 등등 작품을 접근하기 힘들게 하는 갖가지 요소들이다. 가령 부클릿을 인용해서 예를 들어보자면 Limun의 바이올린+비올라의 하이 포지션의 끝을 달리는 하모닉스 주법과 아까 언급된 하모니카의 연약한 소리의 조화는 특별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내게는 곧 부서질 듯 불안함을 표현한 것처럼 들린다.

물론 이제 그런 시도는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않고, 그것만으로는 그저 아무 것도 아니다. 작곡가는 확장된 사운드스케이프의 풍성한 팔레트를 펼쳐보이는 데 그치기보다는, 그를 통해 본인이 의도한 풍부한 표정을 가진 악상을 맥락 안에 배치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듯하다. 그 결과는 자칫 전통을 거부하는 음악이 빠질 수 있는 건조한 무표정함에서 탈피한 재치 있는 작품들로, 몇 번 반복 감상하다 보면 난해함의 외피를 벗고 음악이 가진 독특한 경쾌함이 드러난다. 아방가르드 실험 이후의 밀레니얼 감성(?)이 있는, 묘하게 듣는 재미가 있는 음반. 다만 Al di là del bianco는 다소 기존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답습하는 듯 독창적이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 다른 곡들만큼 즐겁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