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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ings

에케르트: on the edges

게랄드 에케르트 Gerald Eckert

두 개의 앙상블 그룹들을 위한 An den Rändern des Maßes (2005–11)
앙상블을 위한 Bruchstücke... erstarrtes Lot (1998/99)
소편성 관현악을 위한 Sopra di noi... (niente) (2014)

앙상블 리플렉션 K
지휘: 게랄드 에케르트

mode 288

앙상블과 소편성 관현악을 위한 작품들. 실내악적이라기보다는 힘이 실린 거대한 음향을 추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악기들의 포르티시모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와 정적으로 속삭이는 듯한 음향의 대조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어둡고 비장한 감정이 서려 있어 벗어나기 힘든 허무의 이미지를 전해 준다. 특히 An den Rändern des Maßes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Bruchstücke... erstarrtes Lot은 나머지 두 작품들보다는 활발하다고 해야 할까? 이 작품의 중후반부는 다소 체르하의 관현악 작품들 같기도 하다. 음악을 중간에 잘라 놓듯, 약간의 오리엔탈리즘마저 느껴지는 타악 음향은 특히 인상적이다. 다만 최근 작품들에 비해서 진득하게 밀고 나가는 힘은 조금 부족한 듯.

마지막 트랙 Sopra di noi... (niente)는 시종일관 정적인 음향이 꿈틀거리며 변화하는, 셸시의 영향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꼬리를 물고 물어 시작과 끝이 분명하지 않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음악이지만 화려하게 펼쳐지는 전개는 전혀 없으며, 지배적인 심상은 '無'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는 노노의 후기 작품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내 취향보다는 조금 더 진지한 음악이었다. 그래서인지 세 곡을 이어 듣기에는 다소 단조로운 느낌이 없잖지만, 작품들의 질은 높은 편.